오늘은 밤줍는 이야기를 좀 들려드릴까 합니다...
1.극히 초보적인 밤따는이야기...
서울에서 살때는 추석때쯤되면 밤을 땃던기억이 납니다...보통 서울살다보면 밤주우러가자 하지만.. 실상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밤털러가자고 한다...
가끔 서울인근산을가서 밤나무밑을지나가다보면 밤이 떨어져서 줍는것이 도시인에 밤에대한 추억이겠지만(저도 그랫습니다..) 이곳에서 지켜보니 털러간다는말에 이유를 알겠더군요..
울집뒤에 대밭에는 예전에 큰 밤나무가 있었는데...대나무의 습격으로 다말죽고 가지하나에만 밤이 주렁주렁... 근데 그놈이 조생종인지 일찌감치 입을벌리고 날좀 빼가슈하는것이다... 떨어지면 주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갈때마다 없는것이다... 이장님댁이 그위로 텃밭이 있어서 다니시는데 다니시면서 주우셧나보다 했다... 아니면 벌초하러 온사람들이 주어갔겠지...
그런데 어느날 아주머니께서 밤좀 따라고하신다...네~~ 하고 대답은 했지만 뭐 힘들게 따냐 있으면 줍고 없으면 누가 가져갔겠지... 그런데 이건 갈때마다 떨어진 밤송만덩그러니 알맹이는 한두개.....
흠..그래도 좀 챙겨볼까..대밭정리한다고 정신없이 몇일보내고 가보니 밤송이가죄다 떨어져 있다.. 아니면 매달려 있는것은 알맹이가 없이 매달려있다...열심히 풀밭을 뒤져보니 한주먹도 안된다...언덕배기 밑으로 떨어졌을까싶어 가보니 그곳에도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떨어진밤은 청설모가 싹슬이 해간다는 이장님의 말씀 밤송이에 있는것은 가시때문에 청설모도 못건드리는데 알밤은 죄다 주어간다는....
와우 그런거였구나... 우씨 그나무에서 잘만 햇으면 두바가지 알밤은 나올거였는디...ㅠㅠ
2.조금발전한 밤터는 이야기..
위에 밤나무말고 동네에 울집 밤나무가 몇그루있다.. 그중에 큰밤나무가 살짝 알맹이를 터뜨리기 시작하는것같아.. 이전에 실패를 거울삼아 중무장을했다..
준비물:사다리,긴대나무,자루,비닐푸대,바구니,집게 ㅋㅋ 준비는 완벽하다...
용도:
사다리:밤나무가 워낙에커서 대나무로 털수없는부분을 올라가 털거나 밤나무올라갈때 밑부분은 가지가없어 사다리를 놓고 밤나무에 올라가야하기때문
긴대나무:밤송이가 벌어졌던 안벌어졌던 파란밤송이도 털어내면 안은 밤이 영글었따는 이장아저씨에 조언 될수있으면 가늘고 가볍고 긴것을....
자루:아저씨말씀이 미련하게 풀밭에서 모기뜯기면서 밤까지말고 집에 송이째가져와 편하게 까는게좋다는조언 그리고 푸른것은 마당에 널어놓으면 자동으로 벌어지니깐 그때 까는게 편하다는 첨언까지..
비닐푸대:자루에 송이를 넣고 지고올때 찔리니깐 등에 비닐포대를대야 안찔린다는말씀
바구니:미련하게 자루에 밤송이 들어있는것을 무겁게 들고다니며 담지말고 바구니에담아서 자루에 채우라는말씀
집게:설명은 필요없을듯...^^
이리하야 띠울이에 조금 발전한 밤따는 광경이 펼쳐지는디...워따 대나무로 밤을 터는데 이건 운동수준이 아니라 노동수준으로 돌변해간다... 좀 벌어질랑말랑한거는 살짝만 건드려도 잘떨어지는데... 푸르스름한거는 철저하게 매달려 약올리는 것이 오기로라도 털고야 말리라 ;;;;
워낙에 밤나무가 커서 이제 목까지 뻐근한디...그옆을 지나가시던 아저씨 말씀...
야야 그거 딸라면 힘들지않냐?
하이고 좀 힘드네요...;;(얼굴은 온통땀으로 뒤범벅)
그거 다 털면좋지만..털만큼 털고 몇일있다가 또 털어야지 쉬운겨..
내...아는데요..(알긴쥐뿔 진작말씀해주셧으면대충털걸아이고 삭신이야)
곧 서울올라가야되서 가져가려고요...못딸거같아서요...(나름대로의변명;;)
안영근거 털려면 힘들텐데....(역쉬 아저씨도 다 해보셨으니 말씀하시는거것지?ㅋㅋ)
내.. 대충다 털었어여(대충다털긴 반도 더남았구만...서울가면 청설모차지내..ㅋㅋ)
암튼 이리하야 큰마대자루 세포대는 짊어지고와서 마당에 잘 널어놓았다..^^ 이래서 서울사람들은 밤주우러가고 시골사람들은 밤을 털러가는모양이다...
3.아주발전한 밤터는이야기..
울집뒷산에 이장아저씨 텃밭이 있다... 물론 울집이 맨꼭대기라 그위로는 다니는사람이 없다.. 그 다니시는 길에 내가 가끔 산책삼아다니는 텃밭가는 길이 있는데 이장아저씨네 밤나무가 그것도(꽤나크다)몇그루있다...저녘에 산책겸 다녀오면서 매일 양주머니에 볼록하게 주워온다...
몇일전부터 이장아저씨가 밤을 털기시작하신다.. 그래서 터는걸 도와드렸는데... 방법은 이랫다..
일단 긴대나무로 밤나무가 여물대로 여문것만 별루 힘들이지 않고 털어낸다 알밤이 떨어진것을 일단줍고 송이째 떨어진것은 자루에 담으신다..(나도거의 이때 위에밤따는 이야기를 쓴것도 이때배워 딸수있었다..) 그다음날쯤.. 뒷산에 산책겸올라가는데 밤이 꽤나 떨어져있는것이다...아이고이거 청설모가 다 주어가면 어떻하지 아까워라...;;내려올때 좀주어야것다... 그리고 내려오는길에 이장님이 밤을 줍고계셨다..;
아저씨 밤이 많이 떨어져있네요?
내가 어제 털어논거여...
흐...역쉬...이때는 아저씨의 준비물이 간단하시냉..봉투하나;;집게하나;;
정말 고수닥...고수....
서울에서 그저 밤을 먹어봐야... 시골에서 보내준밤 삶은거 먹어보거나... 극장이나 지하철주변에서 군밤파는것 사먹은게 전부였는데... 그리고 낚시가서 밤나무있으면 주변돌아다니며 땅에 떨어진거 줍는정도..;; 그편하게 먹던밤이 작정하고 딸려니 이렇게 힘든과정으로 수확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스러웠다..
여러분 밤을 줍는건 재밌는데...밤을 터는건 어렵더군요...낄낄 그래도 내옆에 놓인 꽤나 넉넉한 알밤자루를 보니 마음의 풍성함이 드는게 잠깐의 수확의 기분을 느껴본 밤따는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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